구와바라 시세이와 아시아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

일본 포토저널리즘 거장 구와바라 시세이의 다큐멘터리 <사진의 얼굴>을 보게 됐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일본의 보도 사진가이며, 일본 미나마타시에서 공장 폐수로 인해 주민들이 집단 수은 중독에 걸려 발생한 공해병인 미나마타병 취재를 시작으로 1960년대의 한국, 베트남, 러시아, 북한 등을 취재해 왔다.

영화 '사진의 얼굴' Ⓒ (주)트리플픽쳐스
영화 '사진의 얼굴' Ⓒ (주)트리플픽쳐스

영화는 그가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그때의 상황과 셔터를 누르면서 했던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는 역사는 반복되지만 당시 현장은 사진만이 재현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어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했다.

1960년대 청계천 사진이 바꾼 시선

구와바라 시세이는 1965년과 1968년 서울의 청계천을 찍었다. 사진으로 본 60년대의 청계천은 중앙에 천을 두고 청계천 뒤로 3층짜리 판자촌이 즐비해 있었다. 건물은 아주 낡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가난한 건물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

그의 한국인 동료는 한국의 어려운 모습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구와바라 시세이가 했던 말이 내 가슴에 박혔다. “가난은 건물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지 않다.” 그 말을 듣고 사진을 다시 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가난한 건물의 그늘 아래 있었을 뿐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영화 '사진의 얼굴' Ⓒ (주)트리플픽쳐스
영화 '사진의 얼굴' Ⓒ (주)트리플픽쳐스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과 구와바라 시세이의 시선은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보는 세상은 범죄와 아픔, 부패와 부조리가 가득했다. 한국의 과거에서 씻을 수 없는 가난. 경제가 성장하면서 생겨난 사회적 부작용.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나의 수많은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사진을 보고 다시 묻게 된 삶의 질문

하지만 청계천 사진을 보고 세상은 내 생각처럼 비극적이기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슬퍼 보여도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난하기에 슬프다는 건 나의 왜곡된 생각이고 그 생각은 결국 기만일 수 있겠다. 내 짧은 견해로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 구와바라 시세이, 그가 담고자 했던 것은 ‘사람’과 그들의 생생한 ‘삶’이다. 사진가가 놓지 못한 얼굴들. 그가 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의 삶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영화 '사진의 얼굴' Ⓒ (주)트리플픽쳐스
영화 '사진의 얼굴' Ⓒ (주)트리플픽쳐스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부터 방향을 바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지금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해야 하는 건 뭘까?
우리는 세상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