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일 대표는 처음부터 목조주택을 만들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삼성SDI에서 일하며 공정의 문제를 데이터와 통계로 풀어왔습니다. 제품의 품질이 사람의 감이나 경험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공정을 분석하고 기준을 세워, 누구나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면서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집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시작은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집인지, 사람에게 이로운 재료는 무엇인지, 어떤 집이어야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거꾸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끝에서 만난 재료가 목재였습니다. 목재는 따뜻했고, 습도를 조절하는 특성이 있었으며, 탄소를 저장합니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목조주택을 들여다보다 익숙한 것이 보였습니다. 현장에서는 목수가 집을 한 채씩 짓고 있었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결국 벽과 구조재, 단열재를 정해진 방식으로 조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송 대표에게 그것은 ‘건축’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제조업과 닮아 있었습니다.
문제와 함께 개선의 방법들이 보였습니다.
공장에서 해왔던 것처럼 기준을 만들고 공정을 표준화해 품질을 수치로 증명할 수 있다면, 목조주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찾았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목조주택 시장을 들여다볼수록 품질의 편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짓느냐에 따라 달라졌고, 같은 사람이 지어도 현장과 날씨, 자재와 시공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집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용을 들이는 선택 중 하나인데도, 정작 완성될 집의 성능을 미리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송 대표에게 이 문제는 공정에서 수없이 다뤄왔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표준이 없으면 품질을 예측하기 어렵고, 품질을 예측할 수 없으면 신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습니다.
“주택이 과학이 되어야 한다.”
차음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불이 났을 때 얼마나 견디는지, 단열과 기밀은 어느 수준인지, 실내 공기는 어떻게 순환하는지. 말이나 경험에 기대기보다 수치와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사람의 솜씨만 믿어야 하는 집이 아니라 기준을 믿을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송 대표가 제조업에서 쌓아온 경험과 목조주택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벽체와 구조재를 표준화하고 공장에서 정밀하게 생산한 뒤 현장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조립한다면 품질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목조주택이 특별한 사람을 위한 주문 제작 주택을 넘어,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주거가 될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집에 대한 질문을 따라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다 보니 용인 삼가동에서 국내 최초로 민간이 시행하는 5층 경골목구조 공동주택을 짓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최초’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성능을 믿을 수 있는 집을 만드는 방법을 끝까지 찾아갔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처음 가야 하는 길에 서게 됐습니다.
송 대표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도 목조 건물 한 채에 머물지 않습니다. 좋은 집을 넘어, 그런 집들이 모여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주거 환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청년이 살고, 신혼부부가 가정을 시작하고, 아이들이 자라며 이웃이 서로 연결되는 곳입니다.
한 채의 집에서 시작해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삼가 THE L은 그 질문에 대한 바인빌리지의 첫 번째 답입니다.
“최초가 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좋은 집의 답을 끝까지 따라갔더니 누군가는 처음 가야 하는 길에 도착했습니다.”
바인빌리지는 지금, 그 길 위에 첫 번째 집을 짓고 있습니다.
